너와 나, 우리들

하인성(핫토리 헤이지)X서가영(토야마 카즈하)X최성민(오키타 소지)

BY. 일랑

화창한 봄 너와 나는 흩날리는 벚꽃나무 아래에 서있었고, 진갈색 머리칼과 초록색 눈동자를 가진 너는 나를 보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런 너를 보니 오랫동안 친구사이로 지내왔던... 아니 정확히는 내가 오랫동안 좋아했던 너를 안아보고 싶었고 그 누구보다도 너를 좋아한다고 얘기하고 싶었다.


신아야, 오늘 날씨 좋지 않아?”


, 좋네.”


진아야, ...”


?”


, 아니야... 아무것도.”


... 그래?”


너를 보고 있는 내가 어떤 마음인지도 모른 채 그저 웃고만 있는 너.

그런 너를 보고 있는 나는 어떤 표정을 지으면서 너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까?

벚꽃이 만개한 날

세상은 분홍빛으로 물들었고 분홍빛으로 물든 학교에서 우리도 분홍빛으로 물들 수 있을 까?


진아야.”


?”


좋아해.”


그 순간 바람이 불었고 분홍빛의 벚꽃 잎이 우리를 덮쳤다.

길고 길었던 10년간의 짝사랑이 끝맺음을 축하라도 하듯 천천히 또 부드럽게 우리를 감싸 안았다.


나도 좋아해, 신아야.”


이렇게 나의 10년 동안 길고 길었던 첫사랑은 끝을 맺었다.

.

.

.

.

.

.

.

.

.

.

.

.

.


! !!!”


다들, 고생했어!!”


!’하는 소리가 들리고 모두의 긴장이 한 순간에 풀어졌다.

3달 동안 모두와 함께했던 학교 드라마의 촬영이 끝났다.


어이! 진아야!!”


? 인성아? 뭐야??”


촬영 잘했나?”


!! 완전 이제는 다들 이렇게는 못 만나겠지?”


.. 그래도 다 같은 학교니까 다 만날 수 있으니까.”


가영아!”


누군가 가영을 불렀다.


! 최성민!!”


성민은 볼을 붉힌 채 서있었고 가영은 그런 성민을 보고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다가갔다.


에고 우리 가영이... 고생했다!!”


고마워!


이제 내가 좋아하는 신아도 이젠 못 보겠네.”


좋아하는?”


, 신아! 신아! 말이야 최성민 니가 연기했던 배역.”


신아라는 말에 잠깐 설렘을 느꼈던 성민

하지만 그것이 신아로 연기한 자신이 아닌 오로지 신아라는 캐릭터를 좋아한다는 가영이의 말이 성민의 마음에 비수를 꽂는다.


..가영아...”


? 왜 그래??


가영아... ... 말이지.”


? 왜 그래 성민아?”


가영에게는 버릇이 있었다.

평소 학교에 있을 때나 친구들과 있을 때는 딱딱하게 최성민이라고 부르지만 가끔씩 단 둘이 있을 때나 성민을 걱정할 때는 성민이라고 다정하게 불러준다.

그런 가영을 성민은 좋아했다.

정확히는 자신을 바라보면서 성민아라고 다정하게 불러주는 가영을...

자신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자신의 이름을 말해주는 그녀를 그는 좋아했다.

설령 자신이 사랑하는 그녀가 다른 남자를 그것도 자신의 오래된 친구이자 경쟁자를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되었을지라도.


가영아.”


, 성민아.”


가영은 드라마를 찍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몇 분전 자신과 성민이 이 벚꽃나무 아래에서 신아와 진아로 마주보고 서서 사랑을 고백했던 다시 그 시간으로.


.. 성민아?”


?”


불렀으면서 왜 말을 안 해... 어디 아파?”


아니.. 그냥 진아 역을 왜 지원했는지 궁금해서.”


...뭐랄까... 나랑 똑같아 보였거든.”


똑같다니?”


처음 방송부원이였던 친구가 연극부와 힘을 합쳐 드라마를 제작한다고 가영에게 말하면서 가영에게 진아 역을 제안하였다.

서로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잘 알던 친구사이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진아는 자신의 소꿉친구인 그를 좋아하였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그이기에 진아는 한 발짝 뒤에서 그를 보고는 했었다. 그 누구보다도 그를 좋아하기에 그와 함께 있을 수 있는 소꿉친구라는 타이틀 까지 잃게 될까 두려워 그저 그의 주위를 맴돌기만 하는 진아.


진아의 그런 모습이 나랑 닮았다고 해야 하나.”

뭐랄까 묘한 동질감이 느껴지더라고.”

그리고 만약 나도 그렇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 까하는 그런 기분도 조금 섞여 있었지?”


가영의 말을 들은 성민은 어림짐작으로 눈치 채고 있었던 가영의 마음을 직접 들으니 가슴이 미어왔다.

... 그랬구나...”


미어오는 가슴에 금방이라도 흐를 것 같은 눈물을 겨우 참으며 간신히 이어나간 말이었다.


성민아 너는?”


?”


너는 왜 신아 역을 맡은 거야?”


나도... 뭐랄까.. 신아가 나랑 비슷해 보여서.”

근데 해보니까 신아는 나랑 다르더라고.”


어떤 점이?”


신아는 진아와의 관계가 깨지는 것이 두렵지만 그만큼 진아가 소중하고 자신의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해서 두려운 만큼 용기를 냈어.”

하지만 나는 겁쟁이라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전할 수 없어.”

나는 지금까지 내가 좋아했던 사람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 그 한마디로 사라질까봐 무서워서 더 이상 다가갈 수가 없어.”


그런 말을 하는 성민의 눈은 매우 슬픈 눈은 매우 슬퍼보였기 때문이었을까?

가영은 성민의 손을 아무 말 없이 잡아주었다.


너희 둘 거기서 뭐하냐?”

다른 애들 다 갔어, 이제 우리도 가자.”


, 인성아.”


뭐야, 무슨 일 있었어?”

쟤 왜 울려고 그래, 그리고 둘이 손은 왜 잡고 있냐?”


두 사람이 맞잡은 손이 신경 쓰였던 인성은 인상을 구겼지만

곧 울 것만 같은 얼굴이었기에 끝내 인상을 피고 성민에게 다가간다.


, 최성민 너 어디 안 좋냐?”


아니, 그냥 기분이 좀 별로라서.”


그래... 우리도 얼른 짐 챙겨서 가자 좀 있으면 어두워진다.”


곧 어둠을 예고하는 저녁노을이 지자 세 사람은 가방을 들고 교문 밖을 나선다.

조금 있으면 어둑해지는 골목길 사이사이를 지나 가영을 먼저 집에 바래다준 두 사람은 다시 큰 길로 나와 그들의 집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웬일이냐, 니가 우리 집 방향으로 다 오고?”


그래, 우리 집은 너희 집과 반대 방향이지. 그것도 한참.”


성민의 집 방향으로 걷기 시작하는 두 사람.

먼저 말을 꺼낸 건 인성이었다.


아까, ...가영이 때문에 그랬던 거가?”

가영이, 맞지?”


“...”


성민은 말이 없었다.

성민이 입을 다물면 다물수록 인성의 마음은 초조해져갔다.


대답해.”

가영이 때문이냐고.”


성민은 방금 전 교문을 나서서 가영을 집에 대려다 줄 때 까지만 해도 가영의 인성을 향한 일방적인 짝사랑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인성의 말을 듣고 직감했다.

이건 한 사람의 일방적인 짝사랑이 아니라 두 사람의 쌍방의 사랑이라는 것을.

그리고 마침내 성민은 입을 열었다.


.”


그 한마디에 인성은 무언가가 주저앉은 기분이 들었다.

짐작은 하고 있었다. 항상 밝은 미소로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 그녀였으니.

그 미소에 반해 그동안 그녀를 짝사랑 해온 자신이 무엇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가진 미소는 그 행복한 표정에서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마음이 이끌리는 힘이 있다는 것을.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영만큼 가까이 지내온 친한 친구이자 경쟁자가 그녀에게 끌렸다는 것이 혼란스러웠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성은 성민에게 다시 물어보았다.


, 가영이 좋아하냐?”


성민의 집까지 얼마 되지도 않는 거리인데도 불구하고

이 길을 걷고 있는 이 시간이 너무나도 어색하다.

기회만 있다면 이곳을 피하고 싶었다.


, 좋아해.”


우리가 처음에 친구로 만났을 때부터 쭉. 좋아했었어.”


“...”


인성의 표정이 한층 어두워졌다.

이제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만약 가영이도 성민을 좋아한다면 그동안의 그녀를 향한 나의 짝사랑은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내가 끼어들 틈이 없는 것 같더라.”


?”


나는 가영이를 좋아하는 데, 가영이가 좋아하는 아이가 너무 강해서 내가 이길 수 없더라고.”


어쩔 수 없지, 나도 짝사랑 했던 기간이 길었지만 그 애도 만만치 않더라고.”

그게 나라면 한 없이 안아줄 텐데, 안타깝게도 그게 내가 아니네.”


인성에게 말하는 성민의 뒷모습이 쓸쓸하게 느껴졌다.

성민의 말을 전부는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 성민이 아니라는 것은 확신 할 수 있었다.


, 최성민 그 뜻은 가영이가 좋아하는 건 니가 아니라는 뜻이야?”


성민은 인성의 말을 듣고 울컥했지만 이내 감정을 숨기고 이야기 했다.


그래, 내가 아니야.”

그건 너야 가영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나도 아니고 다른 사람도 아닌 가영이와 제일 가까운 하인성 너다.’라는 말이 목 까지 차올랐

그것만큼은 자신이 아닌 하인성 본인의 힘으로 깨닫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아니면 인성이 그것도 모른 채 그저 뒷걸음질 치고 도망친다면 그건 그것대로 자신의 기회로 돌리고 싶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떡할래?”


뭐를.”


만약 가영이가 너 말고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면 넌 도망 칠거냐?”


성민은 인성에게 물었다.

내심 비겁하지만 도망쳐주기를 바랬을 지도 모른다.

과연 너는 그녀가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면 너는 어떻게 행동할까?

너는 나와 다르게 행동할까?

인성은 성민을 바라보며 말했다.


, 너 내가 도망치는 거 봤냐.”


만약 가영이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도 나는 도망치지 않을 거다.”


그래, 넌 그런 놈이었지.”


성민은 잠시 잊고 있었다.

아무리 크고 강한 상대라도 무서워하며 도망가지 않고 오히려 당당히 가슴을 피고 맞서서 죽도를 쥐고 싸우는 그런 사람이 하인성이라는 사실을.


그래, 너라면 나랑은 다르겠지.’

그러냐, 그래 너라면 나랑은 다르지.”

나와는 다르게 검도뿐만 아니라 사랑 앞에서도 당당하겠지.’

.

.

.

.

.

.

.

.

다음날

12시 점심시간 운동장에는 축구를 하는 남학생들도 벤치에 앉거나 운동장 주변을 돌며 수다를 떠는 여학생들도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는 선생님들도 보였다.


무슨 일이야?”


“...”


어디 아픈 거 아니야?, 어제도 아픈 거 같더니.”


아니야, 가영아 나 안 아파.”


그래?”


“...”


성민아...”


운동장 끄트머리 벤치에는 가영과 성민이 나란히 앉아있었다.

성민은 가영이 인성을 좋아하고 인성도 가영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도망치려고 했었다.

하지만 조금 무책임할지도 모르지만 그동안 그녀에 대한 마음을 전하기로 마음먹었다.


거절당할 것을 알면서도 말하는 것도 용기... 맞으려나?’

가영아, ...”

.

.

.

.

.

.

.

.

시간이 흘러 하교 시간이 되었다.

인성은 가방을 서둘러 챙겨 가영의 자리로 갔다.

겁은 났지만 빨리 얘기하고 싶었다.

자신의 사랑은 너라고 어렸을 때부터 계속 좋아했던 사랑이라고 얘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에게로 가지 않았다.


성민아.”


그녀는 성민을 찾았다.

인성의 눈빛이 흔들렸다.

혹시 어제 성민이 했던 말은 그가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인가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런 생각들이 인성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갈 때 가영이 인성을 불렀다.


인성아.”


..?”


나 성민이한테 얘기할게 있어서 시간 괜찮으면 조금... 기다려 줄래?”


그래, 그러지 뭐.”


인성이 그렇게 말하자마자 두 사람은 교실 문을 열고 복도로 나갔다.

인성은 가영이 무슨 말을 할까 궁금했지만, 차마 문을 열 용기가 나지 않았다.

어제는 성민에게 자신이 제일 용감하다면서 큰소리 쳤지만.

그저 문 뒤에 붙어서 두 사람이 말하는 내용을 최대한 잘 들을 수밖에 없었다.


성민아......”


가영아 나 다시 한 번 얘기해도 될까?”


?”


서가영, 너는 나한테 정말 소중한 사람이야. 예전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 그럴 거야.”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어. 처음 본 그 순간부터.”

나를 선택하고 안하고는 너의 자유야.”

니가 나를 선택하지 않는다고 해도 나는 너의 행복을 응원할거야.”

나는 니가 웃을 때가 제일 좋거든.”


성민의 두 번째이자 마지막 고백이 끝났다.

꾸밈없이 자신이 생각하고 느끼는 그녀에 대한 모든 것을 말했다.

후회는 없었다.


성민아, 고마워...”


“...”


그리고 미안해.”


나는 너의 마음 받아줄 수 없어.”


후회는 없었다.

그런데 눈물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나보다.

거절을 당하더라도 눈물만은 흘리지 않기로 다짐했는데...

예고도 없이 나온 눈물은 흘러나와 땅으로 떨어졌다.


그래... 괜찮아, 알고 있어.”

너의 마음이 날 향하고 있지 않다는 건... 나도 알아.”


가영은 울고 있는 성민의 손을 아무런 말없이 잡아주었다.

하지만 오늘따라 자신의 손을 잡아 주는 가영의 손을 보니 더욱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니 마음.. 니가 좋아하는 사람은 하인성이라는 거 알고 있어.”

이 손... 나 말고 하인성한테 가서 잡아 줘.”

오늘은 하인성이랑 먼저가...”


.”

미안해, 성민아.”


가영은 뒤돌아서 다시 교실로 향했다.

자신의 마음이 받아들여지지 못한 성민만큼 가영의 마음도 아려왔다.

짝사랑의 아픔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하인성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처럼 성민도 같았을 테니.


드르륵


가영이 교실문을 열었다.


“!!!”


깜짝이야.”


문을 열자 자신의 발밑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인성을 발견했다.


뭐하는 거야.”


그냥 지루해서.”


인성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대충 짐작이 간 가영이었지만 끝내 모르는 척 했다.


가자.”

오늘은 둘이서 가자, 성민이는 오늘 일이 있어서 혼자 가겠대.”


그래.”


교문 밖을 나선 두 사람

두 사람은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먼저 말을 꺼낸 건 인성이었다.


, 아까 최성민이랑 무슨 일 있었냐?”


, 딱히?”


거짓말.”


그녀가 거짓말을 한다는 것쯤은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었다.


, 서가영.”


.”


거짓말 하지마라, 최성민이 너한테 고백 했었잖아.”


가영은 인성의 말을 듣자마자 가던 길을 멈췄다.


알고 있으면서 왜 물어 본거야.”


“...”


“...”


잠깐의 정적 이만큼 긴장되고 떨리는 순간이 있었을 까.

오늘따라 아무 말 없이 오가는 시선이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 거절한 거냐.”


“...”


그녀의 진심이 궁금했던 인성이 다시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고백 이후의 말 내용을 듣지 못했던 탓인지 가영의 속만큼 인성의 속도 타들어 갔다.


내가 좋아하는 건 성민이가 아니니까.”

내가 좋아하는 건 다른 사람인데, 그저 성민이랑 잘 지내기 위해서 내 마음을 속인다면 그건 그대로 우리를 나락으로 떨어지는 길이 아닐까 라고 생각했어.”


누군데, 니가 그렇게 좋아하는 인간이 누구 길래 친구까지 잃어갈 각오까지 하면서 그렇게까지 하는 건데?”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하면서...”

적어도 나한테는 알려주면 안 되냐?”

...친구...로서..”


친구.’

그래 친구우리사이는 딱 거기 까지였지.’


가영은 인성이 말한 친구라는 말을 곱씹었다. 그 친구라는 단어가 그 친근하고 아름다운 단어가 오늘은 왜 그리도 슬프게 들리는 건지.


...그래 우린 친구지.”

근데 이걸 어쩌나? 난 아무한테도 알려주기 싫은데?”


가영은 차마 말할 수 없었다.

자신의 앞에서 친구라는 단어를 꺼낸 단 하나뿐인 소중한사람에게

좋아한다.’ 라고 말할 수 없었다.


, 그럼 내가 말하면 너도 말 해줄 거냐?”


뭐를 말해준다는 건데.”


내 첫사랑.”


“...”


가영은 딱히 듣고 싶지 않았다.

지금 이 타이밍에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의 첫사랑이라...

최악이 아닌 가.


더 좋은 곳에 가서 얘기하고 싶었는데 말이지.”

학교드라마 찍었던 벚꽃이 흩날리는 그런 곳이나.”


니 첫사랑을 얘기하는 데 분위기가 뭐가 중요한데.”


가영은 화가 났다.

자신의 뒤집어진 속을 모르는 듯이 태평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 묻지 않나 본인의 첫사랑에 대해 얘기하려고 하지 않나 속에서 천불이 끓어오르는 듯 하는 분노가 넘칠 것만 같았다.


, 당연히 중요하지.”


처음부터 너였는데.”


?”


너라고.”

처음도 너도 지금도 너라고.”


“...”


...앞으로도 그럴지도 모르고.”


“...”


가영은 지금 자신이 무슨 말을 들은 것인지 혼란스러워 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그가 자신이 처음이란다, 처음이자 현재도 미래도 자신일 것이라고 얘기했다.


내가 아닌 줄 알았는데...”


?”


내가 아닐 것 같았다고... 니가 좋아하는 사람이 내가 아닌 줄 알았다고.”

니 주변에는 항상 사람들이 가득하니까, 그 사람들 중 한명일 줄 알았다고.”


멍청이.”

진짜 바보네.”

서가영, 니가 바보인줄은 알았지만.. 진짜 바보네.”


인성은 생각했다.

학교에서 교실에서 동아리에서 가끔씩 길을 가더라도 그녀의 환한 미소로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그녀를.

그녀는 모른다. 자신의 주변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있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좋아하는 지 물론 그도 그 사람들 중 한 명이라는 것을.


나는 니가 좋다.”


어렸을 때도 지금도 앞으로도.”


하굣길 단독 주택이 빼곡히 나있는 길 위

인성은 처음으로 자신의 마음을 자신이 좋아하는 그녀에게 말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랑에서 용기고 겁을 먹는 다는 게 무엇이 있으랴.

좋아하는 상대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것도 용기이고 좋아하는 사람의 사랑을 응원하는 것도 용기인 것을.

형태만 다를 뿐 행동을 행한다는 것에서는 다를 것이 없었다.


고마워, 인성아.”


“?”


정말로... 고마워...”


자신의 고백을 들은 그녀는 울고 있었다.

혹시 자신의 말이 가영을 불편하게 한 것은 아닐 까 하는 생각에 인성은 초조해 졌다.


용기가 없는 사람은 나였을 지도.”


무슨 소리야?”


좋아하는 사람한테 좋아한다고 말 한 번도 안 해보고 도망치기만 했으니까.”

이제 와서 말하기도 좀 그렇지만.”


?”


너야


내가 좋아하는 사람 너야, 인성아.”


“...”


성민이 고백을 왜 거절 했냐고 물었지?”

너니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너니까.”

성민이 만큼 오랫동안 봐왔고 같이 지낸 너니까.”


인성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이제 해가 지면서 생기는 저녁노을 탓이 아닌 자신의 눈앞에 있는 사랑스러운 그녀의 말로 인해.


바보는 나였던 건가.”


?”


아니야.”


집에 가자.”


!”


두 사람은 저녁노을을 보며 함께 걸어갔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더 이상 손이 허공이 아닌 다른 손과 맞잡고 걸어간다는 것이다.

.

.

.

.

.

.

.

.

.

.

.

          episode

10년 전 부산 연제구


으아앙!!!”


! 최성민 이 땅꼬마 같은 게 어디서 까불어!”


그 공은 내꺼 란 말이야!! 돌려줘!”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더 작은 체구 때문에 어느 때와 같이 같은 반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성민이었다.

8살 또래에 비해 조금 더 덩치가 있는 저 남자아이는 성민의 공을 빼앗아 발고 짓밟고 있었다.

그 공은 1년에 대 여섯 번 정도 얼굴을 비추는 그의 아버지께서 그의 여덟 번째 생일을 축하한다는 뜻에서 사온 축구공이었다.

하지만 작은 체구의 성민이 또래보다 덩치가 큰 저 아이를 이길 수는 없었다.

그때.


! 도후윤 너 뭐하는 거야!”


, 서가영이다. 가자.”


한 여자아이가 나타났다.

하얀 피부에 진갈색 머리카락 초록색 눈동자를 가진 귀여운 여자아이였다.


괜찮아? 다친 데는 없어?”


으응...”


뭐야? 무슨 일 있었어?”


, 인성아!! 또 도후윤 네 애들이!!!...”


이번에는 여자아이를 뒤따라 온 남자아이가 보였다.

남자아이는 여자아이와 똑같은 진갈색 머리의 초록색 눈동자를 가졌지만 여자아이보다는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졌다.

키는 자신보다 조금 커 보였지만 또래에 비해서 큰 편은 아니였다.


또 그 녀석들이야?”

아주 악질이네!!”


인성아 악질이 뭐야?”


... 몰라? 나쁜 사람이랬어, 아빠가.”


~”


꽤 친해 보이는 두 사람을 보자니 성민은 부러움을 느꼈다.

그리고 생각했다.

강해지고 싶어.’


저기, 괜찮아?”


인성이 성민에게 물었다.


, 괜찮아.”


저기 이름 혹시 최 성민이야?”


, 어떻게 알았어?”


우리 엄마랑 너희 엄마랑 친하거든 사진 몇 번 본적 있어!”


그렇구나.”


, 아참! 내 이름은 서가영이야. 얘 이름은 하인성이고.”


우리 앞으로 친구하자!”


..그래


서로 맞잡은 손이 뜨거웠다.

이건 넘어 졌을 때 쓸려서 뜨거워 진 것인지 다른 이유 때문인지를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몇 달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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