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야마모토와 츠키시마 칸나
이제 무더운 더위도 한 층 가시고 9월이 다가왔다.
사건은 아직도 진전이 없었다. 카즈하와 헤이지는 다시 각각 첫 번째 두 번째 피해자의 주변사람들에게서 다시 한 번 상황을 묻고자 경찰청 밖을 나섰고 소지와 하야는 연쇄살인사건의 긴급회의 소집으로 회의실에 들어갔다.
“헤이지, 뭐 건진 건 있어?”
“아니, 딱히 건진 건 없는 데. 나카즈미 료코씨 말이야 혹시 연인관계로 있던 사람이 있었냐고 물어 봤거든?”
“응.”
“그랬더니 나온 사람이 야마모토라는 성을 가진 남자라고 하더라고.”
“야마모토?”
“응, 그 왜 카즈유키 씨의 전 남자친구 중에서도 야마모토라는 성을 가진 남자가 있었잖아.”
“그랬지, 근데 이름은 모르는 거야?”
“어, 그게 이름은 모르겠다고 하더라고.”
‘야마모토’라는 성을 가진 의문의 남자.
헤이지와 카즈하는 ‘야마모토’의 성을 가진 의문의 남자가 신경쓰였다.
하지만 야마모토의 성을 가진 사람은 한둘이 아니었기에 우선 상부에만 보고하기로 했다.
“아, 오키타.”
“뭐야 핫토리 이제 회의 시작하니까 빨리 용건만 말해.”
“나카즈미 료코 씨의 전 남자 친구 중에 야마모토라는 남자가 있어.”
“응.”
“지금부터 두 번째 세 번째 피해자의 전 남자친구 중에 야마모토라는 사람이 있는 지보고 다시 움직일게.”
“알았어.”
소지와의 짧은 전화 통화가 끝난 후 헤이지는 카즈하와 함께 다시 차에 올라타 두 번째 희생자인 츠키시마 칸나의 집으로 향했다.
오사카 시립 약학대학 근처 원룸 촌
저번에도 왔었지만 여전히 어둑어둑하고 그렇다고 가로등이 많이 있지도 않은 으스스한 곳 이었다.
“302호.. 여기다.”
츠키시마 칸나가 거주했던 다세대 주택 302호
연쇄살인 사건의 피해자가 살았던 집이라서 그런지 집은 팔리지 않았고 심지어 아직까지는 경찰이 이 방에 손을 대면 안 된다고 경고를 했는지 방안의 물건에는 사람의 흔적이 닿아있지 않았다.
“여기서 뭘 볼 거야. 그때도 하나하나 꼼꼼히 다 살펴봤잖아.”
“그래도 혹시 무언가를 놓쳤을 수도 있고. 다시 한 번 살펴보자.
그리고 츠키시마 칸나 같은 경우는 거주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발견 되었어. 분명히 무슨 이유가 있을 거야.”
두 번째 피해자 츠키시마 칸나의 사건은 상당히 신경 쓰이는 부분이 많은 사건이었다.
오사카 시립 약학대에 다니는 그녀가 왜 차를 타도 50분이나 걸리는 사카이 공동묘지에서 발견 되었는지.
게다가 그녀의 주변지인들의 말에 의하면 사카이 공동묘지는 그녀와 큰 관련이 없던 곳 이었다.
카즈하와 헤이지는 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책상, 서랍, 수납장 심지어 신발장과 바닥, 천장까지 뒤졌지만 나온 것은 없었다.
그러다가 카즈하는 의자를 밟고 일어서서 옷장 위를 살펴보았다.
“어?”
카즈하의 손에 무언가가 닿았다.
“상자?”
카즈하가 상자 같은 물체를 내렸다 그러자 카즈하 손에는 과자 상자 크기 정도 되는 금속상자가 쥐어졌다.
혹시 이게 사건의 단서가 되지 않을 까 하는 마음에 그녀는 상자를 열었다.
그러자
‘미안해요.’
상자 뚜껑을 열자 뚜껑 안쪽에 포스트잇에 ‘미안해’라는 글이 적혀져 붙어있었다.
“헤이지! 여기로 와봐!”
“왜? 뭐 찾았어?”
헤이지가 카즈하의 부름을 받고 카즈하 쪽으로 다가왔다.
헤이지의 눈에 띈 것은 역시나 카즈하가 들고 있는 상자였다.
두 사람이 상자 안을 들여다보자 그 안에는 쪽지 몇 개와 얇고 작은 공책이 들어 있었다.
헤이지와 카즈하는 상자에 들어있던 쪽지와 공책을 읽어보았다.
‘아키야마 테루 그게 당신의 이름이군요.’
‘미안해요. 그때 도망가서 정말 미안해요.
‘오늘 당신에게 찾아갈 겁니다, 그리고 너한테 미안하다고 말 할게요.’
.
.
.
아키야마 테루라는 사람에게 속죄하는듯한 내용의 쪽지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두 사람의 관계를 알 수 없었다.
그때였다.
“카즈하, 이리 와봐.”
“왜, 뭐 찾았어?”
“이거 봐.”
헤이지가 보여 준 것은 츠키시마 칸나의 사죄의 일기이자 아키야마 테루라는 사람에게 보내는 사죄의 일기였다.
헤이지는 공책의 첫 장부터 천천히 넘겨가며 카즈하에게 보여주었다.
‘미안해요, 죄송합니다.’
‘아키야마 테루 그것이 당신의 이름이었군요. 정말 죄송해요.
그때 제가 도망가지만 않았다면 당신은 살았을 까요?
아니 적어도 당신을 죽게 만든 범인을 잡을 수 있었을 까요?’
‘아키야마 씨 나는 정말 속죄하고 싶어요. 그때 제가 도망가지만 않았더라면 다 해결 되었을 일인데.’
‘드디어 당신이 어디 있는지 찾았어요. 아키야마 씨 당신에게 사죄하기 위해 저는 내일 용기를 내어 찾아가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아키야마 씨 아키야마 씨를 만나러 갔다가 새로운 인연을 만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저의 죄를 속죄하기 위해 찾아간 것인데 새로 만난 인연이라니 웃기지도 않는군요. 저는 제가 지은 죄가 크기에 저는 그 사람을 거부하려고 합니다.’
‘아키야마 씨 저는 이주에 한 번 토요일 되는 날에 당신은 찾아갑니다. 그런데 그 사람과 계속 마주칩니다.’
‘이것도 운명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요?’
‘이 사람이 당신의 친구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하지만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됐다는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겁니다.’
‘아키야마 씨... 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 사람이 저를 사랑한다고 고백해왔습니다.
거절했어야 했는데... 하지만 거절하지 못했어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미안해요 아키야마 씨’
.
.
.
.
.
“뭐야, 그래서 그 사람이라는 게 누군데?”
“하, 이래서는 알아낼 수 있는 게....”
“아니, 어쩌면 알아낼 수 있는 게 있을지도 몰라.”
막막한 카즈하와 달리 헤이지는 무언가를 알아낼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에 칸나의 일기를 증거물로 넣고 카즈하의 손을 붙잡고 다시 경찰청으로 향했다.
다시 경찰청으로 돌아온 헤이지와 카즈하
헤이지는 자신의 자리에 앉아 무언가를 바삐 찾고 있었다.
“헤이지 뭘 찾는 거야?”
“아키야마 테루에 관한 자료.”
헤이지의 말을 듣자마자 카즈하도 바삐 움직였다.
회의가 막 끝나고 돌아온 소지와 하야는 그 모습을 보고 의아해했다.
“두 사람 뭐 하는 거야?”
“아키야마 테루에 관한 자료를 찾고 있어.”
“아키야마 테루?”
“왜? 알아?”
‘아키야마 테루’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소지는 낯이 익는 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키야마 테루, 그 사람 3-4년 전에 뺑소니사건으로 사망한 사람 아니야?”
“뭐? 근데 그 사람은 왜?”
카즈하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소지와 하야는 카즈하의 이야기를 듣고는 츠키시마 칸나의 남자친구였던 사람이 ‘야마모토’라는 남성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응, 그래서 헤이지도 조사 중이야.”
“그럼 나도 신원조회를 한 번 해볼게.”
“나는?”
소지가 헤이지와 같이 신원조회를 하러 가버리자 할 것이 없어진 하야는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르키며 카즈하에게 자신은 할 것이 없냐고 물었다.
“코군은… 나랑 같이 다시 츠키시마 칸나의 집으로 다시 갈래?
상자를 보자마자 다시 부서로 돌아왔으니까 혹시나 더 찾아볼 게 있는지 같이 가보자.”
“그럴까?”
“너희 어디가?”
부서를 나가는 두 사람을 보고 헤이지가 물었다.
“장깐 츠키시마 아레아의 집에 다시 갔다가 올께.”
“그럼 가는 김에 시라타 사츠키의 집도 다시 한번 조사해줘 그 야마모토라는 사람의 흔적이 발견될지도 모르니까.”
“그럴게, 그럼 갔다올께!!”
하야와 카즈하는 다시 차에 올라타 피해자들이 살았던 집으로 향했다.
“근데 이상하지 않아?”
“뭐가?”
카즈하가 이상한 것이 있다고 말하자 하야가 물었다.
“피해자들의 휴대폰 말이야. 아직까지도 발견되지 않았잖아.”
“그렇지 우리가 갔던 사건 현장에서도 발견되지 못했고, 발견되었다고 해도 나중에 근처에서 불에 태워진 채 발견되어서 쓸만한 정보도 구하지 못했지.”
“그렇지, 그래서 피해자의 유품들을 토대로 그나마 적혀있던 주변 인물을 찾아낼 수 있었던 거고. 뭐 컴퓨터에 저장되어있던 sns계정도 한 몫 했지만.”
카즈하와 하야는 피해자의 주변인물을 찾을 수 있었던 경위를 쭉 읊었다.
정말 이렇게 주변인물을 찾기 힘들었던 적도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뭐가 이상하다는 건데?”
“휴대폰 말이야. 왜 없애야 했던 걸까?”
“글쎄 휴대폰에 자신의 연락처가 있어서 그랬던 거 아닐까? 요즘은 위치추적이 있으니까 들고 가면 꼬리가 잡힐 수도 있으니까.”
“그럼 그 자리에서 연락처만 지우면 되지 뭐 하러 귀찮게 불에 태워?”
하야와 카즈하는 고민에 빠졌다.
연락처만 지우면 되는 것을 귀찮게 없애 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헤이지라면 단번에 알았을까? 라고 잠시 생각한 카즈하였다.
“잠깐, 연락처? 그럼 통화기록을 조사해 보는 건 어때?”
“코군,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그 사람들이 야마모토라는 사람들과 언제 만났을 지도 모르는 데 한 달 전일 수 도 있고 일 년 전일수도 있고 어쩌면 학생 때 일수도 있는걸?”
“그렇구나, 휴대폰이나 번호를 바꾸면 찾아내기 힘들겠네.”
다시 두 사람은 고민에 빠졌다.
이 난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앞이 막막했다.